국토의 큰 줄기엔 그들이 있었다.

제1구간 진부령∼미시령(15.6.㎞)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 우리 인생살이와 너무 닮아

4월에 만난 잔설·희귀 야생화, 힘든 산행 '또다른 벗'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으로 맥을 뻗어내리다가 태백산을 거쳐 남서쪽의 지리산에 이르는 국토의 큰 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의 자연·지리적 상징이면서 동시에 한민족의 인문적 기반이다. 그곳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삶, 자연이 모두 담겨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백두대간 종주를 꿈꾼다.

S&T중공업과 경남도민일보는 백두대간 설악산 진부령∼지리산 천왕봉까지 788㎞ 종주에 나섰다. 이번 '백두대간 종주 대장정'은 지난 19일 첫 구간인 진부령∼미시령 15.6㎞를 시작으로 모두 40개 구간을 S&T그룹 창립 5주년인 2011년 9월 13일 완주를 목표로 매월 1∼2차례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장정 출발점 진부령에 서다

지난 19일 오전 7시 40분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이하 종주팀)'은 백두대간 첫 시작점인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진부령 고갯마루에 있는 '백두대간 진부령' 표지석 앞에 도착했다. 종주팀장인 박재석 대표이사 사장(이하 팀장)을 비롯한 대원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788㎞ 대장정의 첫걸음이기에 엄숙함이 감돌았다.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대장정의 무사함을 비는 '안전 기원제'를 올렸다.

오전 8시 시작된 대장정의 첫걸음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맥이 풀렸다. 군사보호구역과 개인 소유 임야라는 이유로 마루금에 오르지 못하고 농지 옆으로 난 소로와 군부대 앞을 거쳐야 했다. 한 시간 남짓 걸어 도착한 곳은 알프스 리조트. 스키장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첫 휴식처이자 목적지인 마산봉(1052m)으로 올랐다.

2년 전 경영난에 문을 닫은 스키장의 흉물스러운 모습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오자 앞장선 대원으로부터 "마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위치는 창녕 영산이나 남지 정도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까닭에 코앞만 쳐다보면서 올랐다.

◇오르막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다음 목적지인 대간령(큰새이령)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은 다소 험했지만 마산봉까지의 오르막을 생각하면 비단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얼른 지도를 펼쳐보니 대간령은 해발 641m로 400m 이상을 내려가야 한다.

이때 누군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우리 인생살이와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한참을 내려갔는데 다음 올라야 할 신선봉(1204m)까지는 무려 600m를 계속 올라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나선 길에 돌아갈 수도 없고 다른 루트를 따라 탈출할 방법도 없다. 등산로 주변에 지천으로 핀 얼레지꽃과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만 자생한다는 희귀종인 에델바이스를 보는 즐거움으로 타는 목마름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스렸다.

신선봉으로 오르다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남쪽에선 상상도 못할 4월 중순에 눈을 만난 것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내리는 눈이 아니라 아직 녹지 않은 잔설과 만났다. 눈 속을 헤집어 두 손으로 눈을 담아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과 머리를 씻었다. 그 시원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시원함 그 자체였다. 대원들의 동료애와 보살핌 속에 신선봉에 올랐다. 이제 상봉과 첫 목적지인 미시령 휴게소만 남았다. 종주팀은 또 한 번 제를 올렸다. 산신령에 올리는 산신제로 역시 대원들의 무사함을 빌었다.

◇'11인의 돌격대' 역시 달랐다

첫 구간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인 상봉(1239m)에서 바라본 설악은 장엄했다. 거대한 울산바위, 저 멀리 우뚝 솟은 주봉 대청봉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 미시령까지 적지 않은 거리가 남았음에도 이젠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이런 안도감 탓인지 대원 중 한 사람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종주팀은 선두와 중간, 후미 등으로 나눠 계획보다 시간을 길게 잡고 길을 나섰다. 한없이 계속되는 내리막길은 부상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제1구간 목적지인 미시령 휴게소에 오후 5시 40분에 당도했다. 오전 8시 진부령을 출발한 종주팀은 무려 10시간가량 걸쳐 제1구간 산행을 마친 것이다.

큰 사고 없이 구간 종주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11인의 돌격대'로 구성된 종주팀의 완벽한 팀워크가 가장 컸다. 박재석 종주팀장(대표이사 사장), 조용만 부팀장(HR팀장), 박광호 등반대장(차량생산2팀 파트장), 정연억 장비담당(차량생산3팀장), 김만출 기획담당(HR팀 과장), 정재근 총무담당(주임연구원), 김현우 의료담당(물리치료사), 정을종 등반부대장(특사생산팀), 하도생 등반부대장(특차생산1팀), 남봉순 장비담당(특차생산2팀), 서상조 홍보담당(특차생산2팀) 등 11명의 대원 가운데 박광호 등반대장과 남봉순 장비담당은 지난 98년 모두 5구간에 걸쳐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한 베테랑이다.

여기에다 종주 기록을 가진 서상조 홍보담당과 현재 개인 종주 중인 하도생 등반부대장을 포함하면 전문 산악회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남은 구간도 이들의 완벽한 팀워크가 있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